박민규 (작가)
1968년 울산광역시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곧이어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 일약 주목받는 작가가 된다. 《카스테라》로 2005년 제23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핑퐁》이 있다. 2007년 〈누런 강 배 한 척〉으로 제8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0년 〈아침의 문〉으로 제34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박민규의 세계관 또한 독특한데 그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세계관박민규 소설의 요체는 화자의 외로움에 있다. 그 외로움은 화자의 정체성과 타자와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낳고, 세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자문자답을 생성한다. 그리하여 텍스트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붕괴된 화자의 내면이 그려지고, 그것의 기원이 되는 초라한 가정, 화자를 따돌리는 학교, 소외를 강요하는 사회, 후기자본주의에 물든 타락한 시대, 화자를 배제하는 세계, 개체를 외면하는 인류, 지구를 객관화하려는 우주 등이 화자의 상상 속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면서 종횡무진한 널뛰기 같은 사유가 진행된다. 상상력의 수준에서 보면 박민규의 소설은 가볍고 경쾌하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친다면 그의 작품은 대중소설이나 인터넷 소설과 다를 바가 없다. 그의 소설이 보여주는 문제의식은 진중하게 당대의 모순점들을 포착하고 있다.[1] 그런 점에서 그의 형식적 가벼움은 내용적 무거움과 이질적으로 조합되면서 새로운 소설 문법을 형성한다. 그것은 기승전결이라는 논리적 인과성과 서사적 필연성을 필요로 했던 전통 서사에 대한 하나의 반기에 해당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전개되는 1인칭 화자의 장광설은 때로는 시대의 정곡을 찌르고 때로는 신경증에 걸린 환자의 어법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믿거나 말거나'식 소설의 세계를 빚어낸다. 《지구영웅전설》(2003)에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거쳐 《카스테라》(2005)를 지나 《핑퐁》(2006)에 이르기까지 박민규가 그려낸 네 권의 지도는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나와 세계, 나와 지구, 나와 인류, 나와 우주, 나와 후기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가볍고도 진지하고 무거우면서도 얼떨떨한 질문과 그럴듯 하면서도 아무렇게나 혹은 어쨌거나 그렇고 그렇다는 식의 의뭉스런 대답을 내놓는다. 그러므로 '무규칙 이종소설가'인 박민규의 어투에 빠지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끌리고, 끌려가다 보면 이런 식은 아닌데라는 밀고 당김의 거리 조정에서 생겨나는 미묘한 미학적 파장이 그의 매력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걸어온 궤적을 살펴보면 그것이 곧 21세기 한국소설의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성에 대한 하나의 존재론적 표정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민규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누런 강 배 한 척〉에서 그는 한결 원숙하면서도 진지하게 생을 조망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물론 박민규식 '의표 찌르기'가 이 작품에서도 나타나지만,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장광설의 수사학이 내면화되고 있음은 변화를 암시하는 징후로 읽힌다. 표절박민규의 대표작《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1998년 PC통신 게시판에 '거꾸로 보는 프로야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도용한 표절작이라는 주장이 있다.[2][3] 또한 단편 《낮잠》도 일본작가 히로가네 켄시의 만화 《황혼유성군》의 표절작이라는 논란이 있으나 98년도의 pc통신 시대에는 인터넷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리의 인식이 없던 시기이고 pc통신과 인터넷 정서를 담은 글쓰기를 국내 문학에서 초창기에 시도했던 작가라는 점과 지구영웅전설을 비롯해 칼럼에서 마블코믹스, 철권을 비롯한 다양한 게임과 영화를 패러디와 패스티쉬했던 글이 어디까지 표절이며 오마주로 봐야할것인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 박민규는 논란이 제기된 초기에 이를 부정하였으나, 이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른 원작자에 대한 보상이나 저작권 조정 등의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표절 문제를 제기한 문학평론가 정문순·최강민 외에 pc통신 글의 원작자나 히로가네 켄시가 공개적으로 법적인 절차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에 논란은 마무리가 되었다 .[2][3] 주요작품지구영웅전설
박민규의 소설은 화자의 외로움(=소외감)에 주목한다. 박민규의 이름을 처음으로 문단에 알린 《지구영웅전설》에서는 '바나나맨'이라는 화자의 캐릭터 자체가 이종적(겉은 한국계이지만 속은 미국계라는 점에서) 소외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미국의 DC코믹스가 창조해낸 만화주인공들, 즉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이 '정의의 이름'으로 냉전 시대를 거쳐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기획을 '영웅'적 강제성으로 전 세계에 전파할 때, 희극적 영웅 캐릭터인 '바나나맨'은 기껏 포즈나 취해야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우리도 마찬가지였지. 참으로 운 좋게 삼미슈퍼스타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의 삶은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삼미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도 같은 존재지. 그리고 그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아마추어들을 대표해 그 모진 핍박과 박해를 받았던 거야.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그런 의미에서 만약 지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예수가 재림한다면 그것은 분명 삼미슈퍼스타즈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화자는 프로의 시대에 프로에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아마추어처럼 여전히 소외된 외로움에 허덕인다. 바나나맨처럼 포즈만 잡는 우스꽝스러운 존재였던 화자는 이제 '프로 스포츠'를 통해 프로의 이데올로기가 전면화되던 시대에 아마추어 같은 프로팀을 사랑한 나머지 짙은 외로움과 고립감 속에 빠져들어 가게 된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하 《팬클럽》)은 인생의 축소판인 프로야구의 탄생과 변천사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불멸의 기록을 남긴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야기를 매개로 '프로'라는 이름으로 제공된 신약육강식의 후기자본주의 시대를 읽어낸다. 그리하여 박민규는 "1할 2푼 5리의 승률로 /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 텍스트를 선사한다. 여덟 번 정도의 전투를 치를 때 가까스로 한 번 정도를 이기면서 삶을 겨우 버텨내는 구체적인 독자들을 향해 《팬클럽》은 막무가내인 것 같지만 상당히 잘 가공된 화려한 수사로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던지듯 비판과 위로를 뿌려댄다. 그리하여 1할대 승률 혹은 1할대 타율로 버겁게 세상을 읽어가는 존재들에게 공감 어린 위무를 보내고자 한다. '그랬거나 말거나 1982년의 베이스볼'에서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국민교육헌장'을 줄줄이 암기해야 하는 시절, 느닷없이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이분하는 세계가 1982년에 이르러 새로이 펼쳐진다.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로 1982년 3월 27일 개막된 프로야구는 이제 바야흐로 프로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한다. 그리하여 이제까지 별 생각 없이 세상을 아마추어 식으로 살아오던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이젠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 난, 프로라구요 / 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 아닙니까? / 하루 빨리 프로가 되게 / 허허, 이 친구 아마추어구먼 / 맛에도 프로가 있습니다 / 이러고도 프로라고 말할 수 있나? / 프로의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이다 /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 프로주부 9단' 등의 '프로광고가 넘쳐나는 시대가 도래하여, '아마추어'는 낡은 것, 덜 떨어진 것, 모자란 것, 부족한 것, 순진한 것, 뒤처진 것, 추한 것 등의 표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로'라는 화두가 이제 도태될 것인가, 프로로 살아갈 것인가의 기로에 사람들을 서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개막 이후 1985년 6월 21일 인천 홈 구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까지 3년여 동안 패배의 화신이었던 삼미는 전혀 프로답지 않게 "치기 힘든 공은 절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절대 잡지 않"는다는 식의 평범한 야구를 지향한다. 그러므로 삼미를 사랑한 화자는 "프로의 세상에서 아마추어를 사랑한 죄"로 인해 프로를 동경하는 존재들에게 멸시와 조롱을 받는다. 이미 삼미 같은 아마추어 팀은 '프로의 시대'에 '프로'라는 강제적 기표에 의해 장례를 치르고 무덤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학생이 된 화자는 자신이 삼미 팬클럽이어서 열패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듯, "소속이 인간을 바꾼다"는 명제를 실감하며 '우리'라는 담론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고는 운동권 리더들이 모두 일류대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혁명에서도 '우리'라는 소속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군인 출신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은 6월 항쟁에서의 '우리'와 대통령 선거일의 '우리'가 같은 우리인지 아닌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의 개념이 얼마만큼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교육의 목표 역시 '소속'을 가리는 데 있었다는 비밀을 깨달은 화자는 일류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지만, 화자가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최하위'의 심리적 문신을 지닌 거의 유일한 인간"이기에 대학에서도 정체불명의 이질감을 느낀다. 화자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스포츠가방'을 신앙처럼 여기는 조성훈에게서 삼미가 예수 그리스도처럼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아마추어들을 대표해 모진 핍박과 박해를 받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성훈은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칼이 아니라 프로이며, 미국으로부터 프로와 섹스를 들여온 1982년에 프로화에 힘을 쏟던 정권의 술책을 눈치 챈 삼미 슈퍼스타즈가 프로의 정신("프로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프로만이 살아남는다.")을 버리고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로 자신의 야구("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를 완성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하여 성훈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다시 만들고, 단 한 번이라도 삼미 슈퍼스타즈의 아마추어 같은 야구를 아홉 명의 선수가 함께 해보려고 한다. 그리하여 1999년 봄 삼미 슈퍼스타즈(를 지향하는 마지막 팬클럽)와 프로 올스타즈(를 지향하는 대기업 아마추어 야구단)가 격돌하게 한다. 그러나 두 팀의 경기는 구성원들의 면면처럼 서로 다른 룰로 진행된다. '팬클럽' 회원들에게 승패는 상관없다. 대기업의 프로 올스타즈 야구인들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이길 의사가 전혀 없는 순수 아마추어 야구인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팬클럽' 회원들은 대부분 세상에서 낙오했거나 밀려난 외로운 존재들이다. 그들은 프로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으며, 전혀 프로답지 않게 프로에 물들지 않은 아마추어들인 것이다.
인천과 인천의 기막힌 상징인 삼미 슈퍼스타즈에 관한 해괴한 전설들은 이 소설에 잘 녹아 들어있는데 그러한 기본 자료를 제공한 곳이 한 야구 사이트[4]라고 한다. 소설에서 말하지 못했던 인천 야구의 핵심과 비사가 이 사이트에는 소설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 카스테라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이 <아버지>란 것은 무척이나 복잡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소중하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세상의 해악이다. 세상에 뭐 이딴 게 다 있지? 일단은, 이란 생각에 나는 그대로의 절차를 따랐다. 그대로의 절차라 함은 말 그대로 1. 문을 연다 2. 아버지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아버지를 냉장고에 넣는 데 성공했다. 꽤나 시끄러울 줄 알았던 그날 밤은 의외로 조용했다. 혹시 얼었나 싶어 문을 열어보니 아버지는 독서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온도는 맞으세요? 라고 물으니 이 안에 좋은 책들이 많구나, 라며 딴청이다. 《카스테라》는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미 제국주의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희화하고 비판한 《지구영웅전설》, 프로가 되기를 종용하여 인간의 본래적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음모를 폭로하고, 자발적 비주류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설파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두 장편소설로 일찍이 한국 소설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박민규는 단편소설집 《카스테라》에서 그 세계관을 유지하되 독특한 상황과 인물, B급 영화의 상상력, 감각적인 문체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핑퐁소외가 아니고 배제야 발랄한 상상력과 세계인식으로 <창작과비평> (2005년 여름~2006년 봄) 연재 당시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박민규의 장편 소설이다. '못과 인간의 중간 정도'의 존재감으로 이미테이션 같은 느낌 속에 살아가는 화자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친구들이 말을 걸지 않아서 친구가 없다. 더구나 '다수결의 논리'가 통용되는 세계에서 따를 당하는 것도 다수결이며 누구나 '다수인 척'하면서 평생을 살아가기에, 화자 역시 "따 같은 거 당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다수인 척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꿈을 지녔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화자는 "인류라는 전체가 개인을 굽어보기에는 개인이란 개체가 너무나 많"으며, 한 사람의 인간은 인류와는 전혀 다른 생물이며, 개인은 세계로부터 배제되어 있고, 특히 따를 당한다는 것은 소외가 아니라 배제되는 것이며, 살아간다는 것이 실은 인류로부터 계속 배제되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인류'는 화자에게 두려운 존재감으로 각인된다. 그렇기에 화자는 "60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 자신이 왜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 살아가는 거잖아요 / 그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라고 작은 소리로 '밤말을 듣는 쥐, 중간자, 탁구계의 간섭자'인 세끄라탱에게 말하는 것이다. 화자가 인류를 불신하듯 모아이 역시 거대한 우주의 빈 공간을 상상하며, 지구나 우리 같은 것이 정말 있기나 한 것인지, 우리도 2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탁구공 같은 것은 아닐지, 보이지도 않는 존재들인데 왜 이렇게 노력하며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 왜 우리는 생존해야 하는 것인지, 우린 왜 인간인 것인지를 자문하며, 건강하게 탁구를 치면서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끄라탱에게서 좋든 싫든 인류의 대표와 탁구 시합을 벌여서 생태계의 현재 폼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언인스톨할 것인지를 결정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화자와 모아이는 "너와 나는 세계가 <깜박>한 인간들"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핑퐁이 인류가 깜빡해 버린 존재와 절대 깜빡하지 않을 존재 사이의 전쟁이 된 셈이다. 11점 7세트 4선승제의 지리멸렬하고 더없이 지루한 랠리로 시작된 시합은 인류의 대표인 쥐와 새의 과로사로 끝나, 화자와 모아이에게 결정권이 돌아온다. 세계에서 보낸 일상을 떠올리던 화자는 새삼스럽게 모든 건 추측일 뿐 인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음을 느끼며, 모아이와 함께 언인스톨에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그토록 인류에게 따를 당하던 '화자와 모아이'는 인류가 제거된 더없이 고요한 세계 속에 살면서, 모아이는 열심히 스푼을 구부리고 화자는 학교를 열심히 다녀보려 결심하며 작품은 종결된다.
누런 강 배 한 척건너고 싶다. 저 누런 강, 나는 한 척의 배처럼 박민규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화자는 여전히 외롭다. 그러나 〈누런 강 배 한 척〉(《문학사상》, 2006년 6월)에 이르면 외로움의 실체가 그 이전과는 달라 보인다. 그것은 기존 작품에서는 1인칭 화자들을 어린 소년이거나 미성숙한 성인으로 그렸지만 이 작품에서는 환갑에 이른 노인을 화자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리하여 현실 비판의 풍자적 잣대가 적용하기보다는 노년의 화자를 통해 실존의 무늬를 성찰하는 데 초점이 놓인다. 어쨌든 이 작품은 자식이 둘이나 있음에도 가산을 정리하고 치매에 걸린 부인과 함께 자살여행을 떠나는 환갑의 화자(김인호)가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조망하는 데 무게감이 실려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디로 향해 가는가? 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반복되는 것인가?'라는 대답 없는 질문이 작품 내내 계속된다. 그러다가 결말부에서는 느닷없이 치매 걸린 부인의 억압된 성욕이 마사지사에 의해 표출된다. 더 읽을 거리
참고 문헌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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